
최근 기업 경영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지속가능경영’입니다. 탄소중립, ESG, 친환경, 사회적 책임, 공급망 관리 등 다양한 개념이 기업의 중요한 경영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사업 현장에서 지속가능경영을 고민하다 보면 의외로 질문은 단순해집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을 10년 후에도 계속할 수 있는가?”
개인적으로 최근 침향 사업을 진행해보면서 경험한 침향 산업에서 어쩌면 이 질문이 지속가능경영의 출발점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침향은 일반적인 공산품 원료와 다른 것이, 나무에서 비롯되는 천연자원이고,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침향 생산종은 CITES(멸종위기에 처한 동물 및 식물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 부속서 II에 등재돼 국제거래가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CITES가 침향을 다루는 이유 중 하나도 국제거래가 합법적이고 지속가능한 수준에서 이루어지도록 관리하기 위해서죠.
따라서 침향 사업은 단순히 ‘좋은 원료를 싸게 사서 국내에 들여오는 사업’으로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된 것은 공급망의 문제였습니다.
어디에서 생산된 침향인가, 어떤 나무에서 생산됐는가, 누가 재배하고 있는가, 어떤 과정을 거쳐 침향이 형성되고 가공되는가, 수출 과정은 적법한가, 국내에 수입된 이후에도 원료의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가 등등.
처음에는 이런 질문들이 품질관리와 수입절차의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사업을 경험할수록 이것은 단순한 품질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가능경영의 핵심적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제품보다 먼저 좋은 공급망이 필요한 것입니다.
좋은 제품보다 먼저 좋은 공급망이 필요하다
침향을 둘러싼 국제적인 논의에서도 공급망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CITES 자료에 따르면 침향은 주로 Aquilaria(아퀼라리아) 속의 나무에서 생산되며, 과거 야생 개체에 대한 과도한 채취와 서식지 변화가 자원 감소의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돼 왔습니다.
여기에서 침향 산업의 중요한 방향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핵심은 자연에서 무작정 채취하는 산업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공급 기반을 만드는 산업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나무를 심고, 오랜 시간 관리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침향을 생산하고, 수확한 뒤 다시 다음 세대를 심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결국 침향의 지속가능성은 ‘얼마나 많이 확보했는가’가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생산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수입자는 단순한 구매자가 아니다
침향을 베트남에서 수입하는 과정 통해 또 하나 느낀 점이 있는데, 수입업체는 단순한 구매자가 아니라 공급망의 중요한 관리 주체라는 사실입니다. 가격만 보고 원료를 선택한다면 당장의 원가 경쟁력은 확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원산지가 명확한가, 생산 주체가 확인되는가, 품종과 원료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가, 생산과 가공 과정이 투명한가, 필요한 국제거래 관련 서류와 증빙을 갖추고 있는가, 동일한 품질의 원료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가 등의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침향처럼 국제적으로 거래가 관리되는 천연자원의 경우에는 합법성, 지속가능성, 추적성이 서로 분리된 문제가 아닌 것이죠. CITES의 관련 자료에서도 Appendix(부록) II 등재종의 국제거래가 지속가능성과 추적성을 포함한 관리체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결국 좋은 침향을 확보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그 침향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소비자는 이제 '무엇'보다 '어디에서 왔는가'를 묻는다

앞으로 천연자원을 사용하는 산업에서는 소비자의 질문도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좋은 제품인가”가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다면, 앞으로는 “이 제품의 원료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원산지를 밝히고, 생산자를 확인하고, 필요한 인증과 증빙을 갖추고, 생산에서 수입과 제품화까지의 과정을 관리하는 것은 단순한 마케팅 전략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기업이 책임질 수 있는 범위를 보여주는 신뢰의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지속가능경영의 핵심 중 하나는 ‘주장’이 아니라 ‘증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친환경이라고 말하는 것보다 어떤 방식으로 생산했는지를 보여주는 것, 지속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보다 실제 공급망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공개할 수 있는 것, 좋은 원료라고 말하는 것보다 원료의 출처와 품질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지속가능경영은 거대한 구호가 아니다
침향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지속가능경영이라는 말을 조금은 거대한 개념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공급자를 만나고, 생산지를 확인하고, 원료를 수입하고, 제품을 만들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지속가능경영은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내가 판매하는 제품의 원료가 어디에서 왔는지 아는 것, 그 원료를 생산하는 사람과 환경을 생각하는 것, 오늘의 매출 때문에 미래의 공급 기반을 훼손하지 않는 것, 그리고 소비자에게 그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것. 어쩌면 이것이 현장에서 경험하는 지속가능경영의 본질에 더 가까울 것입니다.
침향 산업의 미래를 공급망에 있다

침향 산업은 앞으로 더 많은 질문을 받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얼마나 좋은 침향인가, 얼마나 오래된 침향인가, 어느 나라에서 왔는가, 어떤 학명과 품종인가, 아퀼라리아 아갈로차 록스버그가 맞는가, 누가 생산했는가, 어떻게 생산했는가, 그리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가? 등이 중요한 질문이 될 것입니다.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커질 것이고요.
개인적으로 침향 사업을 하면서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좋은 제품은 좋은 원료에서 시작되고, 좋은 원료는 건강한 공급망에서 시작된다는 단순한 진리를, 그리고 건강한 공급망은 생산자와 자연, 수입자와 소비자가 함께 지속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결국 지속가능경영은 기업의 미래를 위한 전략인 동시에 산업의 미래를 만드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침향 한 그루를 심는 것은 당장의 매출을 위한 일이 아닙니다. 그 나무가 자라 침향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누군가의 제품이 되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긴 시간을 생각한다면, 침향 사업은 자연스럽게 ‘오늘’이 아니라 10년 후, 20년 후의 공급망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침향 산업의 경험 아래, 지속가능경영을 이렇게 다시 정의해봤습니다.
“지속가능경영은 지금의 이익을 지속시키는 것을 넘어, 특히 미래에도 가치 있는 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어쩌면 거대한 ESG 보고서가 아니라, 우리가 사용하는 침향 한 그루의 출처를 제대로 아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다” 라고 말입니다.
조엘라이프(주) http://zoellif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