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소가 부족한 곳에서 손상되는 위장, 그리고 오래된 침향 오일 이야기.
높은 산에 오르면 입맛이 뚝 떨어집니다. 속이 메스껍고, 때로는 배탈이 나기도 합니다.
해발 2,500미터가 넘는 고산지대에는 매년 수천만 명이 여행이나 등반을 목적으로 방문합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식욕부진, 메스꺼움, 구토, 설사와 비슷한 경험을 합니다. 이는 단순한 피로 때문이 아니라 산소가 부족한 환경 그 자체가 우리 몸속 장기를 힘들게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위와 소장이 예민하게 반응하는데, 실제로 해발 4,500미터가 넘는 고지대를 오른 등반가들에게서 위 점막의 손상이 관찰되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산소가 부족한 환경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소화기를 위협하기도 합니다.
왜 산소가 모자라면 세포가 녹슬까요?
우리 몸은 산소로 에너지를 만듭니다. 그런데 산소가 부족해지면 세포 안에서 '활성산소'라는 찌꺼기가 쏟아집니다. 쇠가 산소를 만나 녹슬듯이, 세포막을 이루는 지방도 이 찌꺼기에 산화되어 상하게 됩니다.
이처럼 세포막의 지방이 산화되어 세포가 죽는 현상을 과학자들은 '페롭토시스(Ferroptosis)'라고 부릅니다. 고산에서 위와 소장의 점막이 얇아지고 벗겨지는 손상의 배경이기도 한데, 여기에 더해 산소 부족은 우리 장 속에 사는 세균 생태계의 균형까지 흔듭니다. 손상은 점막 표면에서 그치지 않고 그 안에 깃든 미생물의 세계에까지 미치는 셈입니다.
좋은 방어막이 하나 필요한 상황입니다.
왜 하필 침향이었을까요?
침향은 예로부터 '모든 향의 왕'으로 불려 왔습니다. 아퀼라리아 나무가 상처와 곰팡이에 맞서며 만들어낸 귀한 수지입니다. 전통 의학에서는 오래 전부터 소화기를 다스리고 구역질을 가라앉히는 약재로 써왔습니다.
침향에는 세스퀴테르펜을 비롯한 다양한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들 성분은 항산화·항균 작용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래된 경험적 지혜와 현대의 성분 분석이 만나는 지점입니다.
중국의 한 연구팀은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오래된 약재가 고산에서 손상되는 위장을 지켜줄 수 있을까?
이 연구팀은 생쥐를 해발 4,500미터와 비슷한 저산소 환경에 사흘간 두어 위장에 손상을 준 뒤, 침향 오일을 용량별로 나눠먹였습니다. 적은 양부터 많은 양까지, 양에 따라 효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함께 살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침향 오일은 정말 손상을 막아줬을까요?
그러자 쥐의 몸에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침향 오일을 충분히 먹은 쥐는 줄었던 식욕과 체중이 회복됐고 설사와 혈변도 눈에 띄게 감소했습니다. 조직을 들여다보자 차이는 더 분명했습니다. 저산소 환경에서 얇아지고 벗겨졌던 위와 소장의 점막, 그리고 흐트러졌던 장 융모의 구조가 한결 온전한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세포를 녹슬게 하던 지표들도 내려갔습니다. 활성산소는 물론, 지방이 산화될 때 생기는 부산물의 수치까지 함께 줄었습니다. 침향 오일이 지질의 산화, 곧 페롭토시스의 진행을 눌러준 결과였습니다.
무너진 장 속 생태계는 되돌아올 수 있을까요?
흥미로운 것은 그 다음입니다.
우리 장 속에는 수많은 세균이 살고 있습니다. 이 세균 생태계는 산소가 부족해지면 종류가 단조로워지고 균형이 무너집니다. 그런데 침향 오일은 이 무너진 다양성을 상당부분 되돌려놨습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몇몇 이로운 세균인데, 아커만시아를 비롯한 유익균이 다시 늘어난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그 양은 저산소를 겪지 않은 정상 쥐보다도 오히려 많았다는 사실입니다. 이 세균들은 장의 점막을 회복시키는데 힘을 보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균만 달라진 것이 아닙니다. 연구팀이 장 속 대사물질을 분석해 보니, 저산소로 줄어들었던 항산화 성분들이 침향 오일을 먹은 뒤 다시 늘어나 있었습니다. 반대로 산화를 부추기는 물질은 줄었죠. 무너졌던 균형이 여러 층위에서 함께 회복된 셈입니다.
향으로만 피워지던 침향이 침향 오일의 형태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산소가 부족한 곳에서 손상되는 몸을 오래된 침향 오일이 어떻게 회복시키는지, 이번 연구는 그 실마리를 조심스럽게 내민 한 장면입니다.
전통이 과학의 언어로 조금씩 설명되는 지금, 그래서 더 중요해지는 질문이 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침향은 과연 어떤 침향일까요?
식품의약안전처의 고시문서인 대한민국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에 기록된
참고 논문
Wang, X., Liao, X., Wang, X., Zhang, M., Shen, Z., Wang, D., & Sheng, J. (2025). Agarwood essential oils alleviate hypoxia-induced gastric and small intestinal injury. AMB Express, 15, 142.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186/s13568-025-01928-z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