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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 무역 기록이 알려준 침향의 역사적 고향

304년부터 청나라까지 역사서와 조선 사신의 기록을 따라가 보니, 침향의 생산과 무역을 주도한 나라는 베트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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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년 무역 기록이 알려준 침향의 역사적 고향

같은 학명을 두고 정반대의 결론이 나올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문서인 '대한민국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은 침향의 기원을 아갈로차(Aquilaria agallocha)라는 침향나무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이름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진짜'와 '가짜'가 뒤바뀝니다.

아갈로차를 베트남의 크라스나(A. crassna)와 같은 종으로 보면, 인도네시아의 말라센시스(A. malaccensis)가 가짜가 됩니다. 반대로 1994년 인도가 CITES에 제안하며 주장했듯이 아갈로차를 말라센시스와 같은 종으로 보면, 베트남의 크라스나가 가짜가 됩니다. 이 문제는 논문이 쓰일 당시에도 여전히 논란 중이었습니다.

2011년, 동의대학교 한의과대학 연구진은 이 논쟁을 식물이 아니라 역사로 풀어보기로 했습니다.

비슷해 보이는 세 나무, 어느 쪽을 같은 종으로 보느냐에 따라 진짜와 가짜가 뒤바뀝니다.

같은 학명을 두고 왜 진짜와 가짜가 뒤바뀌는 걸까요?

세 나무는 이름이 붙은 시기도, 자라는 곳도 다릅니다.

· 말라센시스(1783년): 태국 남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 아갈로차(1814년): 베트남, 인도, 방글라데시, 부탄, 미얀마
· 크라스나(1915년):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중북부

학명은 먼저 붙은 이름이 우선하기 때문에, 어느 두 나무를 같은 종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른 쪽은 가짜로 밀려나게 됩니다.

하지만 아갈로차/크라스나와 말라센시스는 분명히 다른 나무입니다. 태국 안에서도 자라는 지역이 갈리고, 꽃의 색깔과 꽃받침 모양이 다릅니다. 논문이 쓰인 2011년 당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도 아갈로차/크라스나는 '멸종 위급', 말라센시스는 그보다 두 단계 낮은 '멸종 취약' 단계로 따로 분류했습니다.

연구진은 중국도 침향을 주로 외국에서 들여왔을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역사 속에서 중국에 침향을 보낸 나라는 어디였을까?"

304년의 기록은 침향이 교지, 지금의 베트남에서 난다고 적었습니다.

가장 오래된 침향 기록은 어디를 가리키고 있었을까요?

한자로 남은 가장 오래된 침향 기록은 304년의 『남방초목상(南方草木狀)』입니다. 침향나무가 교지(交趾), 즉 지금의 베트남에서 나고 흰 꽃을 피운다고 적혀 있습니다.

현재 베트남에 자라는 침향나무 무리 네 종 가운데 흰 꽃을 피우고 크게 자라는 나무는 아갈로차/크라스나입니다. 1,700여 년 전의 기록과 가장 잘 맞는 나무인 셈입니다.

송나라에 침향을 보낸 나라들은 모두 지금의 베트남 땅에 있었습니다.

송나라 시대의 무역 장부에는 어떤 나라들이 적혀 있었을까요?

송나라의 기록 『송회요(宋會要)』에서 침향을 조공한 나라는 교지, 안남, 점성(占城) 세 곳으로, 모두 지금의 베트남 땅에 있던 나라입니다. 한 번에 침향 등을 2,000근씩 보낸 기록도 있습니다.

『제번지(諸蕃志)』는 침향 산지를 둘로 나눠, 점성과 진랍(眞臘, 지금의 캄보디아) 같은 '상안국'의 것이 우수하고 삼불제(三佛齊) 같은 '하안국'의 것은 그보다 못하다고 적었습니다. 삼불제의 침향은 비린내가 나고 향이 강렬하다는 평도 남아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구분은 오늘날 나무의 분포와 대체로 일치합니다. 상안국은 아갈로차/크라스나가, 하안국은 말라센시스가 자라는 지역과 대체로 겹칩니다.

명·청 시대에도 가장 많은 침향을 바친 나라는 베트남이었습니다.

명·청 시대에도 침향의 중심은 여전히 베트남이었을까요?

원나라 때 침향을 조공한 나라는 베트남뿐이었습니다. 명나라 때의 향 백과사전 『향승(香乘)』은 진랍의 침향을 최상품으로, 점성을 그다음으로 꼽았고, 발니(勃泥)와 삼불제의 것은 값이 진랍의 3분의 1에 불과했다고 기록했습니다.

청나라 때는 태국도 침향을 보냈지만 한 번에 2근, 많아야 20근이었습니다. 반면 베트남은 수백에서 1,000근에 이르렀습니다. 베트남의 조공량은 조선 사신들이 보고하고 기록한 내용이 『일성록』과 『조선왕조실록』, 여러 연행록에 남아 있었기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규격집이 정한 아갈로차가 처음 이름 붙은 곳인 인도는, 역대 기록에서 침향의 산지로도 무역 상대로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오래 써 온 약재일수록, 그 뿌리는 오래된 기록 속에 남아 있습니다.

1,500년의 기록이 우리에게 남긴 결론은 무엇일까요?

연구진의 결론은 분명합니다. 침향의 생산과 무역을 주도한 것은 베트남이었고, 침향의 기원이 되는 나무는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등에 자라며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의 것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침향을 수입할 때 나라별 산지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안합니다.

이 연구는 나무를 직접 분석한 것이 아니라 문헌을 바탕으로 한 연구입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산 수입 침향에서 침향나무의 조직이 나오지 않았다는 같은 해의 현미경 연구와 나란히 놓고 보면, 두 연구는 서로 다른 길로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조선의 사신들이 남긴 조공 기록이 200여 년 뒤 침향의 기원을 밝히는 단서가 되었습니다. 오래 써 온 약재일수록, 그 뿌리는 오래된 기록 속에 남아 있습니다.

참고로, 대한민국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고시문서인 '대한민국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과 발간문서인 '한약재 관능검사 해설서', '원색 한약재감별도감', 그리고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약자원연구센터'에 등록돼 있는 침향은 '아갈로차(agallocha)'가 유일합니다.

 

 

참고 논문

김광민, 김인락. (2011). 沈香의 산지와 무역에 근거한 기원 연구. 대한본초학회지, 26(4), 163–168.

논문 원문 보기 (DBpia)

100% 베트남산 아갈로차 침향오일 공식수입사: 조엘라이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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