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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으로만 알던 침향, 이번엔 피부를 만나다

향으로 알려진 침향을 분석한 서울대 연구에서 새로운 성분을 찾았고, 그중 일부가 피부 색소 효소인 타이로시나제(tyrosinase)를 억제하는 특성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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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으로만 알던 침향, 이번엔 피부를 만나다

침향(沈香)은 오래도록 '향'으로 소비돼 왔습니다. 그런데 이 향기로운 나뭇진(수지)을 실험실에서 분자 단위로 들여다보면, 향과는 다른 얼굴이 하나씩 드러납니다. 이번에 조명할 연구는 침향과 '피부'를 잇는 이야기입니다.

상처 입은 나무가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낸 향기로운 수지, 침향.

침향이란 무엇인가

먼저 침향이 무엇인지 짚고 가겠습니다. 침향은 팥꽃나무과의 침향나무(Aquilaria)에 수지가 침착돼 만들어진 것으로, 주로 동남아시아와 중국 남부지역 일대에 분포하는데, 특유의 깊은 향 때문에 예로부터 향료로, 또 향기를 이용한 전통 요법에 쓰여 왔습니다. 이 향의 정체를 화학적으로 파고든 연구가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약학과의 한 석사 학위논문(2013)은 침향의 성분을 하나씩 분리해 그 구조를 밝히고, 그 성분들이 피부와 관련해 어떤 특성을 보이는지 살폈습니다.

침향을 분리해 찾아낸 성분들

연구팀은 침향을 메탄올로 추출한 뒤, 여러 크로마토그래피 기법으로 성분을 하나씩 갈라냈습니다. 그 결과 '2-(2-페닐에틸)크로몬(chromone)'이라 불리는 계열의 유도체 6종을 분리해냈는데, 크로몬 계열은 침향에서 자주 발견되는 특징적인 성분 갈래입니다. 특히 이 중 하나는 그때까지 학계에 보고된 적 없는 새로운 물질로 판단됐습니다. 오래된 향재에서 여전히 '처음 보는 분자'가 나온다는 점이 흥미로운 점입니다.

침향에서 분리한 성분이 색소를 만드는 효소, 타이로시나제와 만나다.

색소를 만드는 효소를 억제하다

핵심은 그다음입니다. 연구팀은 분리한 성분들이 '타이로시나제(tyrosinase)'라는 효소를 얼마나 억제하는지 측정했습니다. 타이로시나제는 피부에서 멜라닌 색소를 만들어내는 데 관여하는 효소로, 이 효소의 활동이 억제되면 멜라닌 생성이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피부 미백 연구에서 자주 다뤄지는 표적이기도 합니다.

측정 결과, 분리된 성분들은 저마다 다른 정도로 이 효소를 억제하는 특성을 보였습니다. 그중 '6-메톡시-2-[2-(3-메톡시페닐)에틸]크로몬'이라는 성분이 가장 강하게 효소를 억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향으로만 여겨지던 침향이 분자 수준에서 새 얼굴을 드러낸다.

옛 향재를 다시 보게 하는 연구

이 연구가 흥미로운 이유는 향으로만 여겨지던 침향을 분자 수준에서 해체해, 피부 색소 효소와 맞닿는 새로운 특성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좋은 향"이라는 막연한 인상 너머에, 구체적인 분자와 그 작용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입니다. 중국에서도 침향을 분자 수준으로 분해해 새로운 성분을 발견하는 등 그 동안 잠재돼 왔던 침향의 새로운 면들이 과학적 분석을 통해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실험은 시험관 속에서 효소의 반응을 측정한 초기 단계 연구로, 침향을 피부에 바르면 미백이 된다거나, 침향이 미백 화장품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실제로 피부에서 어떤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세포·동물·임상 등 훨씬 많은 단계의 검증을 거쳐야 할 단계는 남아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 동안 향으로만 소비되던 침향이 실험실에서 또 하나의 얼굴을 드러낸 셈인데, 자연이 오래도록 품어온 성분들을 현대 과학이 하나씩 분리하고 해독해가는 과정, 이 연구도 그러한 긍정적 장면의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참고 논문: 「침향의 성분 분석과 미백 활성」, 서울대학교 대학원 약학과 석사 학위논문,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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