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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향의 '원조' 아갈로차, 그 속에서 염증 잡는 신물질 출현!

원조 침향인 '아갈로차' 품종에서 새 성분 11개 발견, 그중 둘이 염증을 강하게 억제했다는 보고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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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향의 '원조' 아갈로차, 그 속에서 염증 잡는 신물질 출현!

중국 연구팀, 아갈로차 침향 수지에서 새 성분 11개 발굴 - 전통 약재의 과학적 재발

다 같은 침향이 아니다 - 주인공은 '아갈로차'

​침향(沈香)은 흔히 '나무 중의 다이아몬드'로 불립니다. 동남아시아, 특히 베트남 등지에서 주로 서식하는 아퀼라리아(Aquilaria) 나무가 상처를 입거나 곰팡이에 감염되면 스스로를 지키려 진액을 뿜어내는데, 이 진액이 오랜 세월 나무 속에 쌓여 굳은 것이 바로 침향입니다. 진짜 침향은 웬만한 귀금속 값을 웃돌 만큼 귀하게 거래되곤 합니다.

그런데 놓치기 쉬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침향은 한 종류만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침향을 만드는 아퀼라리아 나무만도 여러 종이 있어, 베트남·캄보디아산·라오스산 크라스나(A. crassna), 중국 남부의 시넨시스(A. sinensis) 등 종과 산지에 따라 향도 성분도 조금씩 다릅니다.

이번 연구의 주인공은 그중에서도 아갈로차(Aquilaria agallocha)입니다. 베트남, 인도 지역을 중심으로 분포하는 이 침향은 힌디어로 '아가루(agaru)', 아랍어로는 '인도 오드(Indian oud)'라 불릴 만큼, 말하자면 침향 문화의 뿌리 격인 '원조 침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천 년간 향료이자 진정·진통·소화 약재로 귀히 쓰여 왔지만, 정작 "그 안에 어떤 성분이 들어 있고 그게 몸에서 무슨 일을 하는가"는 의외로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오랜 경험적 지식과 현대 과학 사이의 이 빈칸을 하나 메운 연구가 2021년 국제 학술지 《Phytochemistry》에 실렸습니다.

아갈로차 침향을 '분자 단위'로 해체하다

​연구를 이끈 곳은 중국 상하이중의약대학 연구팀입니다. 이들은 아갈로차 침향의 향기 나는 수지 부분을 화학적으로 잘게 분리했습니다. 복잡한 향수를 한 방울씩 나눠 그 안에 든 개별 향 분자를 하나하나 골라내는 것과 비슷한 작업입니다.

​그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지금까지 학계에 한 번도 보고된 적 없는 완전히 새로운 성분 11개를 아갈로차 침향에서 찾아낸 것입니다. 이 성분들은 모두 '세스퀴테르펜(sesquiterpene)'이라는 부류에 속하는데, 어려운 이름이지만 쉽게 말하면 침향 특유의 향을 만들어내는 핵심 분자이자 약효를 담당하는 주역입니다.

​새 성분이 워낙 많다 보니 연구팀은 직접 이름까지 붙였습니다. 아홉 개는 '아갈레우데스마놀(agalleudesmanol) A~I', 나머지 두 개는 '아가로스피라닉 알데하이드 A~B'라 명명했는데, 앞의 '아갈(agall)'이라는 이름 자체가 아갈로차에서 딴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분자들의 3차원 구조는 핵자기공명(NMR)과 X선 분석, 컴퓨터 계산까지 동원해 여러 각도에서 교차 검증했습니다.

그래서, 무슨 효과가 있을까 - 염증을 잡다

​새 성분을 찾은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연구팀의 진짜 관심은 그 다음이었습니다. 이 성분들이 실제로 어떤 작용을 하는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연구팀은 '염증'에 주목했습니다. 면역세포(대식세포)에 자극 물질을 넣어 인위적으로 염증 상태를 만들면 세포는 산화질소(NO)라는 물질을 왕성하게 뿜어냅니다. 이 산화질소의 양이 곧 염증이 얼마나 심한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되는데, 여기에 아갈로차 침향에서 뽑아낸 새 성분들을 하나씩 넣어보며 산화질소가 줄어드는지 관찰했습니다.

​결과는 분명했습니다. 새로 찾은 11개 성분 중 두 개가 염증 반응을 뚜렷하게 가라앉혔습니다. 그것도 비교용으로 쓴 기존 항염 물질보다 더 낮은 농도에서 효과를 냈습니다. 적은 양으로도 더 잘 듣는다는 뜻입니다.

왜 하필 아갈로차인가

​수많은 침향 중 아갈로차가 연구 대상이 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갈로차는 동양 전통 약재에서 '침향의 표준'으로 취급돼 온 계통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옛사람들이 가장 귀히 여기고 가장 많이 기록을 남긴 바로 그 침향에서 실제 약효 성분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이 연구는 전통 지식과 현대 과학이 정확히 같은 대상 위에서 만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침향이 염증과 통증을 다스린다"는 오랜 경험이, "아갈로차 속 이 특정 분자가 이렇게 염증을 억제한다"는 구체적 설명으로 나아간 것입니다.

​다만, 짚어둘 점도 있습니다. 이 실험은 배양 접시 안의 세포를 대상으로 한 초기 단계 연구입니다. 사람이 침향을 먹거나 발랐을 때 똑같은 효과가 난다는 뜻은 아니며, 실제 치료제로 이어지려면 동물 실험과 임상시험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이 연구는 아갈로차라는 오래된 약재를 현대 신약 개발의 후보 물질 창고로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마치며

​값비싼 향으로만 소비되던 침향, 그중에서도 '원조'로 꼽히는 아갈로차(agallocha)가 실험실에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신물질의 보고(寶庫)로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향을 맡으며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 경험 뒤에, 실제로 염증을 다스리는 분자들이 숨어 있었던 셈입니다. 자연이 오래도록 품어온 지혜를 과학이 하나씩 해독해가는 과정, 이번 연구는 그 여정의 한 조각입니다.


 

참고 논문: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abs/pii/S0031942221002697

Xie Y. et al., "Eudesmane-type and agarospirane-type sesquiterpenes from agarwood of Aquilaria agallocha," Phytochemistry, 192권, 112920 (2021). 상하이중의약대학 연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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