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이 마음을 가라앉힌다는 오랜 믿음.
과도한 스트레스는 신경세포를 손상시킨다.
스트레스가 신경세포를 공격할 때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코스테론'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적당하면 괜찮지만 과도하게 오래 쏟아지면 신경세포가 손상되고 심하면 죽음에 이르기도 하죠. 만성 스트레스가 뇌 건강에 해롭다는 것도 이 메커니즘과 맞닿아 있습니다.
중국 상하이중의약대학 연구팀은 이 상황을 실험실에서 재현했습니다. 신경세포에 스트레스 호르몬을 잔뜩 쏟아부어 손상 상태를 만든 뒤 침향에서 뽑아낸 성분들을 넣어 세포가 이 공격을 견뎌내는지 지켜본 실험이었습니다.
아갈로차 침향에서 찾은 새 성분 12개
실험에 쓴 침향은 아갈로차(Aquilaria agallocha Roxburgh) 품종입니다. 연구팀은 그 향기로운 수지를 화학적으로 분리해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된 적 없는 새로운 성분 12개를 찾아냈다고 밝혔습니다. 침향 특유의 향을 만드는 향 분자의 한 갈래로 연구팀은 여기에 아갈로차에서 딴 이름 '아갈레레모놀'을 붙였습니다.
수천 년의 경험이 현대 신경과학과 만난다.
옛 지혜와 현대 신경과학이 만나다
이 연구가 흥미로운 이유는 침향이 예로부터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쓰였다는 오래된 경험을 신경세포 수준에서 뒷받침했기 때문입니다. "침향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는 막연한 이야기가, "침향 속 이 분자가 스트레스로부터 신경세포를 보호한다"는 구체적 설명으로 나아간 셈이죠.
다만, 이 실험은 배양 접시 속 신경세포를 대상으로 한 초기 단계 연구이기에 사람이 침향을 먹거나 향을 맡았을 때 똑같이 뇌가 보호된다는 뜻으로 해석하기엔 아직 부족함이 있습니다. 실제 치료제가 되려면 동물·임상시험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그럼에도 이 연구는 침향이라는 오래된 약재를 스트레스와 신경 손상을 다루는 신약 개발의 후보 물질로 다시 보게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향으로만 소비되던 침향이 실험실에서 뜻밖의 능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이 시대에 옛사람들이 마음을 다스리려 태우던 그 향 속에 실제로 신경세포를 지키는 분자들이 숨어 있었던 셈입니다. 자연이 오래도록 품어온 지혜를 과학이 하나씩 해독해가고 있는 과정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참고 논문: Xie Y. et al., "Eremophilane sesquiterpenes from agarwood of Aquilaria agallocha with neuroprotective effect," Phytochemistry, 237권, 114527 (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