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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에 지친 뇌세포를 지켜낸 침향

원조 침향 '아갈로차'의 새로운 성분 3개가 스트레스로 손상된 신경세포를 지켜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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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에 지친 뇌세포를 지켜낸 침향

원조 침향 '아갈로차(agallocha)'에서 찾은 새 성분들이 손상된 신경세포를 보호했습니다.

향이 마음을 가라앉힌다는 오랜 믿음.

마음을 다스리던 향, 이번엔 뇌세포로?

침향(沈香)은 향으로만 쓰인 것이 아닙니다. 동양 전통의학에서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신을 안정시키는 약재로 귀하게 여겨졌습니다. 불안할 때, 잠 못 이룰 때 침향을 태우거나 달여 쓰던 기록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마음을 진정시킨다"는 이 오래된 경험이 정말 근거가 있는 이야기일까요? 2025년 국제 학술지 《Phytochemistry》에 실린 연구가 흥미로운 답을 내놨습니다. 침향에서 새로 찾아낸 성분들이 스트레스로 손상된 신경세포를 실제로 지켜냈다는 것입니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신경세포를 손상시킨다.

스트레스가 신경세포를 공격할 때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코스테론'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합니다. 적당하면 괜찮지만 과도하게 오래 쏟아지면 신경세포가 손상되고 심하면 죽음에 이르기도 하죠. 만성 스트레스가 뇌 건강에 해롭다는 것도 이 메커니즘과 맞닿아 있습니다.

중국 상하이중의약대학 연구팀은 이 상황을 실험실에서 재현했습니다. 신경세포에 스트레스 호르몬을 잔뜩 쏟아부어 손상 상태를 만든 뒤 침향에서 뽑아낸 성분들을 넣어 세포가 이 공격을 견뎌내는지 지켜본 실험이었습니다.

 

아갈로차 침향에서 찾은 새 성분 12개

실험에 쓴 침향은 아갈로차(Aquilaria agallocha Roxburgh) 품종입니다. 연구팀은 그 향기로운 수지를 화학적으로 분리해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된 적 없는 새로운 성분 12개를 찾아냈다고 밝혔습니다. 침향 특유의 향을 만드는 향 분자의 한 갈래로 연구팀은 여기에 아갈로차에서 딴 이름 '아갈레레모놀'을 붙였습니다.

세포를 지켜낸 세 개의 성분

핵심은 그 다음이었습니다. 손상된 신경세포에 이 성분들을 하나씩 넣어보니 12개 중 3개가 세포를 뚜렷하게 지켜낸 것인데, 손상 조건에서도 세포의 70~80% 이상이 살아남은 것입니다.

특히 눈에 띈 한 성분은 세포가 죽어가는 경로 자체를 막아섰습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세포 안의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를 망가뜨려 세포를 죽음으로 몰아가는데 이 성분이 바로 그 파괴 과정을 완화시켰습니다. 증상을 가린 게 아니라 세포가 죽는 근본 경로에 개입했다는 뜻입니다.

수천 년의 경험이 현대 신경과학과 만난다.

옛 지혜와 현대 신경과학이 만나다

이 연구가 흥미로운 이유는 침향이 예로부터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쓰였다는 오래된 경험을 신경세포 수준에서 뒷받침했기 때문입니다. "침향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는 막연한 이야기가, "침향 속 이 분자가 스트레스로부터 신경세포를 보호한다"는 구체적 설명으로 나아간 셈이죠.

다만, 이 실험은 배양 접시 속 신경세포를 대상으로 한 초기 단계 연구이기에 사람이 침향을 먹거나 향을 맡았을 때 똑같이 뇌가 보호된다는 뜻으로 해석하기엔 아직 부족함이 있습니다. 실제 치료제가 되려면 동물·임상시험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그럼에도 이 연구는 침향이라는 오래된 약재를 스트레스와 신경 손상을 다루는 신약 개발의 후보 물질로 다시 보게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향으로만 소비되던 침향이 실험실에서 뜻밖의 능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이 시대에 옛사람들이 마음을 다스리려 태우던 그 향 속에 실제로 신경세포를 지키는 분자들이 숨어 있었던 셈입니다. 자연이 오래도록 품어온 지혜를 과학이 하나씩 해독해가고 있는 과정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참고 논문: Xie Y. et al., "Eremophilane sesquiterpenes from agarwood of Aquilaria agallocha with neuroprotective effect," Phytochemistry, 237권, 11452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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